킹살렘 훈련원 선교대추 농사 참여기 / 박희주
2019.12.06 00:48
kingsa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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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따러 미국에 갑니다.
2019년 1월, 킹 살렘 농장으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했다. 작년 한해 선교 대추를 수확, 판매한 것을 땅끝에 계신 선교사님들의 사역에 감사하여 격려하고 후원한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그 글을 읽으며 주님께 감사한 마음과 농장 가족들의 헌신을 생각하며 마음이 울컥했다. 뜨거운 사막에서 땀 흘려 수고하여 얻은 열매들로, 주님 오실 길을 예비하는 일의 주인공들. 기회가 된다면 올해는 나도 그 귀한 일에 협력하는 주인공의 자리에 서고 싶었다. 그리고 8월 말, 일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을 안고 미국으로 날아왔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마 28장 19절)
올해는 예년 보다 대추 수확이 늦어졌다. 많은 대추들이 열렸으나 갑작스런 더위로 크고 좋은 대추들이 빨갛게 타버렸다. 이는 하늘에 오존층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탄 대추들은 화상을 입은 듯 너무 뜨겁고 아파보였다. 마치 너무 뜨겁고 아프니, 빨리 구해달라고 아우성 치는 것 같았다. 나무 끝에 달려 있는 탄 대추들은 사람들의 손에 닿지 못하여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나는 주님께 물었다. “주님, 막대기로 저 나무를 털어버릴까요?” 그때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만약 대추 나무를 털어버린다면, 아직 익지 않은 열매마저도 떨어뜨릴 수 있단다. 더 기다렸다가 다른 열매들이 다 익으면 그 때 털고 끝을 맺어야 한단다. 그러므로 타고 있는 저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손이 닿지 않는 그 곳에 누군가는 가야 한다. 아직도 주님을 몰라 고통 당하고 있는 영혼들을 위해 누군가는 가야 한다.” 주님은 지금도 기다리고 계신다. 수확의 때가 차기를. 그리고 그를 위해 우리가 그 곳에 가기를……. “예. 주님, 제가 가겠습니다”.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주소서 하라 하시니라 (마10장 37, 38절)
많은 대추와 과일들을 주셔서 감사하고 기쁜 한편, 추수할 것은 많으나 일손이 부족해서 발을 동동 굴렸다. 한꺼번에 많은 대추와 과일들이 익어갔다. 나뭇가지들이 쳐질 정도로 주렁 주렁 열린 열매들이 혹시라도 타 버릴까, 너무 익어 마르지는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손길이 분주했다. ‘주님 함께 일할 일꾼들을 보내주십시오’ 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주님은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시고 때마다 일할 일꾼들을 보내셔서 많은 열매들을 수확하게 하셨다. 그렇다. 킹 살렘 농장의 주인은 주님이시다. 주님께서 일하신다. 선교 현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열방의 추수 현장에 있는 선교사님은 ‘함께 추수할 일꾼을 보내달라’고 기도하고 계실 것이다. 주님은 그 일꾼들을 찾고 계시고 보내고 계신다. 나도 주님의 일꾼으로 서고 싶다. “예. 주님, 제가 가겠습니다.”
피곤한 자에게는 능력을 주시며 무능한 자에게는 힘을 더하시나니…….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힘을 얻으리니(사41장 29절, 31절)
수확된 대추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건조된다. 건조대에 있는 수많은 대추들이 골고루 태양 빛을 받기 위해 2일에 한 번씩은 대추들을 굴려 주어야 한다. 저녁 시간, 낮은 건조대에 있는 대추들을 굴리기 위해 허리를 굽혀 대추를 굴려 주었다. 첫 해에는 이 일이 너무 힘들어 ‘공포의 대추 돌리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통 2시간여 허리를 굽혀 일하다 보면 허리를 펴는 것이 힘들어 꼬부랑 할머니처럼 걷게 된다. 처음 며칠은 발바닥에 쥐가 나기도 하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꼬부랑 걸음을 걷는 이순애 사모님과 나의 모습에 우리는 서로 웃으며 그 아픔을 잊고 열심히 대추를 굴리곤 했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 잠들면서 아침 말씀 묵상 시간에 못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신기하고 감사한 것은 새벽 체조 시간인 5시 50분 전에 벌떡 일어나게 되는 것이었다. 매일 의 삶 속에서 나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고백하게 하였다. 날마다 감당할 수 있는 새 힘을 주시고 함께 일하시는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릴 수 밖에 없다. 더불어 늘어났던 나의 뱃살은 빠지고 허리가 날씬(?)해 졌다.
선을 행하되 낙심치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장 9절)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시 118편 1절)
대추들이 태양 아래서 잘 말라간다. 하지만 타버린 대추는 상품 가치가 없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올해에는 너무 많은 대추들이 타서 버려졌다. 이순애 사모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마음은 아프지만 왕께 드릴 것이라고 생각하여 대추를 엄선하여 최선의 것을 고르자고 하셨다. 좋지 않은 것들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토끼와 다람쥐의 먹이가 되고 나무들의 거름이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너무 많이 버려지는 대추들을 보고 눈물이 났다. 농장 가족들이 1년 동안 애쓴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상해서 모든 농장 가족들을 대표해서 울었다. 그 때 주님께서 주신 위로의 말씀이 있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선한 일(좋은 대추를 공급하여 드시는 분들을 건강하게 함)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라고, 하나님은 선하시며, 내가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선하신 일임을 알고 감사하라고. “주님,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비록 제가 주님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당신은 제게 항상 선하신 분입니다. 그 선한 일들을 제 삶 가운데 이루어 가고 계심을 믿습니다. 아니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 126편 5절)
대추도 많이 열렸지만, 감, 사과, 배, 석류들도 아름답게 열렸다. 어떤 과일들은 큰 대추보다 더 작게 열리기도 하고 못생긴 것도 있지만, 맛은 일품이다. 과일을 잘 먹지 않았던 나는 매일 아침 사모님께서 만드신 과일 샐러드로 배를 채운다. 농장에서 수확한 건포도, 사과, 감 등을 넣어 만든 유기농 과일 샐러드는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할 맛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많이 그리울 음식이다. 많이 열린 과일들은 팔리기도 하고 많은 분들과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도 남은 것은 껍질을 까고 잘라 온실에서 말렸다. 아직 익지 않은 대봉을 따서 곶감을 만들기도 하고, 단감은 단면으로 썰어 감말랭이를 만들기도 했다. 저녁식사 시간이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과일 말릴 준비들을 한다. 감 껍질을 벗기고 썰면서 그날 그날 하나님의 일하심을 함께 나누기도 하며, 호호 하하 하루를 마감한다. 내년에는 감 식초도 맛 볼 수 있을 것 같다. 울며 씨를 뿌리신 분들이 계셔서 나는 기쁨으로 단을 거두는 일을 경험하였다. 그 기쁨을 맛보았기에, 이제는 내가 그 단을 거두지 못할 지라도 씨 뿌리는 자가 되길 기도한다.
대추로 선교를 팔지 않는다.
이순애 사모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는 대추로 선교를 팔지 않는다.”라고. 선교를 위해 대추를 파는 것이 아니라 태양 아래서 정성스럽게 키운 좋은 유기농 대추를 공급하시겠다고 하셨다. 농사를 경험해 보니 때로는 쉬운 길을 택하고자 하는 유혹이 있음을 본다. 하지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정직하게 그 길을 가는 것이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라 생각된다. 뒤돌아 생각해 본다. 혹시라도 내가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며 나의 이익을 위해 하나님을 팔지는 않았는지를… 가끔은 나의 유익을 위해 쉬운 길을 택하고 하나님을 팔 때가 있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그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합리화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의 지혜이지 하나님의 지혜가 아님을 안다. 주님을 위하는 것이 아닌 나의 욕심이고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이 아님을… 주님의 귀한 것들을 나의 유익을 위해 값없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주님이 주시는 지혜로 정직하게, 때로는 그 길이 멀고 험하게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오늘도 주님의 지혜를 믿고 순종한다.
주께서 주신 동산에….
‘땅끝에서’ 라는 찬양의 가사를 생각해 본다. ‘주께서 주신 동산에 땀 흘리며 씨를 뿌리며, 내 삶을 주께 드리리’. 하나님이 허락하신 땅 끝, 킹 살렘 농장에서 우리는 주님과 함께 일한다. 육체적으로, 영적으로… 땀을 흘리고, 씨를 뿌리고, 삶을 드리는, 그 일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일하신다. 땀과 수고로 맺어진 열매는 열방에 흩어져 계신 많은 선교사님께 흘러간다. 짧지만 내가 한 이 일들은 단순한 농장 일이 아닌 주님 오실 길을 예비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귀한 일에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어떤 이가 물었다. 선교와 대추농장이 무슨 상관이냐고, 나는 생각한다. 상관이 있을 수도, 또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 정의에 대한 타당성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허락하신 부르심의 자리에서 주님 오실 길을 예비하는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주님 오실 길을 예비하는 것이 선교이니까. 선교지로 나가지 못할 지라도 각자에게 부르신 그 땅 끝에서 주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내가 중요하다고. 나는 오늘 그 자리에 있었노라고 말할 수 있다. 주께서 부르신 그 땅 끝에서 주님을 뵈오리, 주께 드릴 열매 가득 안고, 주님 오실 길 예비하라, 영광의 주님 곧 오시리라.
와서 보라(요 1장 46절)
나는 요한복음 1장, 나다니엘을 부르시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파키스탄’ 단기 사역을 나갈 때 받았던 말씀이기도 하다. 주님은 지금도 나를 부르신다. ‘와서 보라’고. 내 생각과 경험으로 판단하지 말고, 와서 보라고. 그때에 당신께서 예비하신 일들을 보고, 알고 기뻐하게 된다고. 농장에서의 매일은 주님을 더 알고, 경험하고, 감사하는 기쁨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하게 된다. 농장에 오지 않고 생각만 했을때는, 짧은 나의 경험에 비추어 많은 노동만을 생각하며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와서 지내고 보니, 이곳으로의 부르심에 너무 감사한다. 노동의 값진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님을 구하고 주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었음에…….. 또한 함께 땀 흘리고 사랑하며 섬겨주셨던 킹 살렘 농장 공동체 가족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아름다운 공동체 안에서 주님을 예배하고 서로 떡을 떼며 기뻐함에 감사하다. 공동체 가족의 모습을 통해 나의 부족함을 더 보게 되고 아름다운 섬김의 모습을 통해 배우고 성장됨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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