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살렘, 고난을 겪은 대추가 대풍입니다 / 이순애
2019.08.22 00:44
kingsa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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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살렘 농장 훈련원에서는 3년 차 대추 농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해 12월부터 가지 전정을 비롯하여 봄에는 질소, 인산, 카리 등의 올게닉 거름을 주고, 물도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감사하게도 작년 말에는 비도 제법 많이 왔다. 그래서 예년에 누리지 못한 풍부한 물로 대추 수확을 긍정적으로 기대하였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려가는 대추를 바라보는 농부 선교사님들의 가슴이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뜨거운 더위가 계속 되어 매일 화씨 100도가 넘었다. 더구나 바람도 자주 불어 주지 않았다. 아무리 겨울에 비가 많이 왔다 해도 타오르는 땡볕에 막 자라고 있는 수많은 열매들의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듯 했다. 대추 열매가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많이 열려 좋았지만 그 열매들이 먹을 물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펌프의 용량이 1,000 그루의 나무들이 만들어낸 열매들에게 충분한 물을 주지 못했던 것 같다. 어느 시점까지 열매들이 잘 자라는 것 같더니 급기아 열매 끝이 빨갛게 타기 시작했다. 지난 2년간 보지 못했던 현상이었다. 대추가 타는 것만큼이나 우리들의 가슴도 타 올랐다. 올해는 풍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곤 했건만 타 들어가는 대추를 보며 마치 태풍을 맞아 벼 이삭이 몽땅 떨어지는 것을 무력하게 바라보는 농부의 심정을 느껴 보았다. 그런데다가 펌프마저 고장이 나서 4일간 대추들이 물을 먹지 못했다.
지난 8월 말, 시애틀 형제 교회 청년들이 선교 대추 수확을 돕겠다고 비행기를 3시간 타고, 공항에서 2시간 차를 몰고 훈련원에 들어왔다. 난감했다. 싱싱한 대추를 따러 왔는데 빨갛게 타 들어가는 대추만 따라고 했으니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젊은 청년들이 한 마디의 불평없이 빨간 것을 골라서 열심히 따주고 다시 돌아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대추 바구니를 들고 태양과 싸우는 이들을 보며 다음 세대를 향한 기대감이 살아나는 것 같다. 이제 펌프도 고쳤고 뜨거운 날도 조금 수그러졌다. 반질반질하고 탱탱한 모습의 맛있는 대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애를 태우며 올해 대추 농사는 망치는가 생각했는데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대풍이다. 하나님께서 손을 보신듯 기적이 일어났다. 뜨거운 태양에 견디고, 사막의 목마름에 견디어 살아남은 대추들이라 예년보다 맛이 더하다. 따도 따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도 많은 분들에게 과일을 먹는 즐거움과 함께 선교에 동참하는 기쁨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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